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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온 생애를 꽤나 부지런하게 살아온 사람이라고 자부하는데, 최근 노션 해빗트래커를 이용해서 인생의 생산성 리즈(?)를 맞고 있는 것 같아서 오랜만에 인터넷 세상에 투고해 본다. 한때 생산성 키워드에 중독되어서 관련 유투브 영상을 족히 100개는 넘게 본 것 같은데 그때 얼기설기 쌓은 지식이 그래도 좋은 기반이 되어준 것 같다고 정신승리를 해 본다.
관련해서 책을 본다면 Atomic Habits(한국에는 아주 작은 습관의 힘?으로 번역되어 있는 것 같다.)을 추천한다. 실제로 내 인생을 어느 정도 바꾼 책이다.
해빗트래커를 사용한지는 한 달 정도가 되었고, 대충 아래와 같은 효과를 보았다.
1. 가장 큰 성취 - 거의 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하루에 한 장씩 무턱대고 스케치를 했고 한 달 후인 지금 좋아하는 것들을 어느정도 만족스러운 퀄리티로 그릴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그림 독학에 관해서는 따로 포스팅 하려한다.
2. 원래 책을 많이 읽기는 했지만 매일 조금씩이라도 챙겨서 책을 읽게 되었다.
3. 정말 죽어도 영양제를 안 챙겨 먹었는데 한 달간 거의 매일 영양제를 먹었다.
4. 휴일에 매일 5분 정도라도 꼭 나가는 습관으로 활동량이 많이 늘었다.
5. 삶에 잡생각과 고민이 많이 없어지고 그 시간에 생산적, 창의적, 사교적 활동을 하게 되었다. 일례로 여기에 글을 한참 쓰지 않았는데 이 기나긴 포스팅을 작성하고 싶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
하나 하나는 사소한 것일수도 있으나, 내가 바라는 방향으로 중심을 잡고 삶을 조금씩 완성해 가며 성장하는 느낌이 전반적으로 아주 큰 만족감을 가져다 주었고 인생에 무슨 일이 닥치더라도 조금 덜 흔들릴 수 있는 근력을 쌓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언제나 막연히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소망을 품고 있었는데 한 달 동안 꾸준히 작은 노력을 쌓아서 내가 원하는 정도까지 실력이 부쩍 늘었다는 것이 가장 짜릿한 부분이었고 이 성취의 경험은 삶의 모든 부분에 있어서 내가 충분한 시간과 관심을 기울인다면 어떻게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강화시켜 준 것 같다.
물론 모두가 항상 생산적인 삶을 살아야하는 것은 아니고, 나도 게으름을 부릴때는 양껏 부리는 편이지만 혹시 누군가 느리지만 꾸준한 성취를 꿈꾸며 삶의 루틴을 잡아보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도움이 될까하는 마음으로 내가 거친 시행착오를 공유해 볼까 한다.
아래는 물론 철저히 내 기준이며 당연히 사람마다 적절한 세부사항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참고만 하기 바란다.
1. 우선 삶에 루틴을 세워보기로 했다면, 내가 원하는 자아상이나 도달하고자 하는 바를 대충 설정한 뒤 습관을 설정한다.
거창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거창하지 않은 것을 추천한다. 나의 경우는 매일 조금이라도 새로운 것을 배우며, 내가 원하는 것을 표현할 수 있는 그림 실력을 쌓는 것이 대강의 목표였다. 내가 무엇을 할 때 나를 가장 나답다고 느끼고 성취의 행복을 느끼는지 생각해본다. 하기 싫은데 외부적 조건때문에(e.g. 예를 들어 돈/성공/명예 등을 위하여) 하는 것들은 내가 시도해 보지는 않았지만 효과가 낮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습관은 나 자신의 일부가 되어 내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향점은 나의 심장이 향하는 곳으로 설정한다. 내 생각에 해빗트래킹은 못 하는 것을 하게 해주는 마술봉이 아니라 내가 될 수 있는 최선의 나 자신이 되게 도와주는 촉매일 뿐이다.
2. 습관을 설정한다.
사람마다 매우 다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나의 경우에는 좋은 습관만 설정했다. 나쁜 습관은 설정하지 않았다. 사실 내가 나쁜 습관이 많이 없기도 하지만(라는 나르시시즘의 나쁜 습관이 바로 드러난다) 여기저기서 읽은 바로는 인간의 뇌는 무엇을 '하지 말라'를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한다. A를 '하지 말라'가 아닌 '대신 B를 해라'가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담배를 피지 말라'가 아니라 '담배를 피고 싶을 때는 적어도 10분을 운동한다'같이 다른 행동으로 바꾸는 것이 효과적인 것 같다. 내가 습관을 세울 때 고려했던 포인트들을 공유해본다.
- 너무 많이 세우지 않는다. 강도와 빈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5개 이상은 세우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 웬만하면 매일 할 수 있는 것으로 한다. 요일을 계산해야 한다면 일이 복잡해진다. 아무 생각 없이 매일 할 수 있는 것이 좋다.
- 딱 하기 싫다는 '분기점'을 넘을 정도로만 설정한다. 예를 들어서 독서라고 하면 5페이지 정도만 읽는걸로 설정한다. 정말 5페이지만 읽어도 상관없지만 대부분 시작하면 훨씬 더 많이 하게된다. 절대 거창하게 세우지 않는다.
- 하고 났을때 어떤 이유로든(활동 자체가 주는 즐거움 때문이든 성취감 때문이든) 기분이 좋은 것으로 설정한다. 예를 들어 운동은 언제나 하기 싫지만 하고 나면 절대로 후회하지 않는다. 왜 해야하는지 심장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설정하지 않는다.
- 개중 꼭 이루고 싶은 습관을 설정하면 좋다. 예를 들어 나는 다른 것은 어떻게 되어도 좋았지만 그림 실력을 늘리고 싶었기 때문에 1일 1 스케치는 꼭 하고 싶었다. 이것이 내 중심 습관이 되었고 이를 지키면서 다른 습관들도 자연스럽게 부수적으로 지키게 되었다.
위의 원칙을 따라서 나는 이렇게 습관을 세웠다: 1일 1 스케치, 샤워 후 바디로션 바르기, 영양제 섭취, 5페이지 이상 독서, 하루 5분 이상 나가서 바깥 공기 쐬기.
보면 알겠지만 나는 그 흔한 운동을 넣지 않았는데, 내 삶에는 이미 활동량이 충분하다고 생각했고 나의 건강 상태와 신체에 이미 만족하며 운동을 매일 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꼭 필요하고 좋은 습관일지라도 나에게 들어맞지 않으면 설정하지 않는다.
3. 해빗트래커를 셋업한다.
이제 습관을 설정했으니 트래커를 셋업한다. 여러 앱이나 옵션이 있겠지만 나는 노션 탬플릿을 이용했다. 원래 다른 용도로 노션을 쓰기도 했고, 어느 정도 내가 원하는 대로 설정을 할 수 있고, 내가 어느 날 습관을 완료했는데 기록하는 것을 놓쳤다면 나중에 언제든 업데이트 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또한 모바일 위젯으로 만들어서 편리하게 트래킹 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처음에는 무료 탬플릿을 찾아봤는데 내가 원했던 부분(달력 모양에 스탬프 형식으로 찍을 수 있고, 주/월/년별로 트래킹 할 수 있고, 기간 설정이 가능하고 예쁘고 컬러풀해야함, 며칠 연속으로 했는지 표시되어야 함 등등)을 만족하는 탬플릿이 없어서 직접 만들까 하던 중 지인이 만든 유료 탬플릿이 내 모든 니즈를 충족해서 기쁜 마음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심지어 습관을 할 때 마다 쌓이는 XP(경험치) 기능도 있어서 게임에 환장하는 나에게 매우 좋은 자극이 되었다.
아직 베타버전이지만 관심이 있다면 여기서 구매할 수 있다(영어). https://intellihab.gumroad.com/l/intellihab
참고로 지인으로부터 아무 것도 받지 않았고 아마 내가 이렇게 글을 썼다는 것 자체를 모를 것이지만 혹시 구매 후 셋업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있다면 댓글로 도와줄 수 있다. 나에게 이렇게 완벽한 트래커를 만들어 준 그에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쓴다.
IntelliHab: Smart and Beautiful Habit Tracker
IntelliHab is not just a habit tracker; it’s a masterpiece of functionality and design, crafted to make your journey of self-improvement as beautiful as it is intelligent. With IntelliHab, you can:Visualize Your Journey: Track your habits with a grid vie
intellihab.gumroad.com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는데, 바로 해빗트래킹을 체크하기 쉬운 환경을 셋업하는 것이다.
습관을 아무리 잘 설정하고 실천까지 했는데 완료를 체크하는 행위가 번거롭다면 다 된 일을 망치는 셈이다.
이를 위해 나는 핸드폰 홈 화면에 노션 위젯을 설정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각 습관 페이지를 Favorites에 설정해서 해당 습관을 완료할 때마다 클릭해서 간단히 체크할 수 있게 했고, 습관 페이지 자체도 별도의 위젯으로 설정해서 언제든 클릭해서 전체 캘린더를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이렇게 설정하고 나니 아침에 핸드폰을 열 때부터 오늘 해야 할 습관들을 기억해서 아침에 할 수 있는것(영양제, 출근길 독서 등)들은 일찌감치 완료하게 되었고 스케치같이 좀 더 시간을 요하는 것은 주로 퇴근하고 하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아침/저녁 루틴이 잡혔다.
4. 습관을 실천한다!
이제부터 정말 즐거운(?) 파트가 시작되는데 바로 실천이다.
그런데 농담이 아니고 경험해 본 사람은 알 것인데 별 생각 없이 할 수 있는 바람직한 일들이 정해져 있다는 것은 생각보다 정말로 상쾌한 일이다. 고민 없이 그냥 하면 되고, 하고 나서는 언제나 뿌듯한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의 꾸준한 실천에 도움이 되었던 팁들을 좀 더 적어보고자 한다.
- 영감/동기 부여를 기다리지 말고 그냥 한다. 최근에서야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부분인데 동기 부여(Motivation)를 기다리다가는 대부분의 일을 효과적으로 제때 하지 못한다. 오히려 하다 보면 동기가 생기고 하고 싶어진다. 이래저래 이유와 핑계를 찾지 말고 그냥 기회가 생길 때 한다. Just do it이다. 믿어라 - 정말 그냥 하다 보면 점점 하기 쉽고 즐거워진다.
- 정말 하기 싫을 땐 5분, 아니 1분만 해본다. 시간이 너무 부족하고 도무지 기운이 나지 않는 날이 있다. 이럴 때는 완성도가 낮아도 좋고 대충 아주 짧게 해도 좋으니 시작만 해본다. 물론 1분을 하고 멈춰도 습관을 실천한 것이다. 다만 일단 시작하면 지속하기가 훨씬 쉬워져서 생각보다 오래 하게된다.
- 자신에게 너무 쓸데없이 엄격해지지 말자. 위에서 얘기했듯이, 만족스럽게 하지 못하더라도 하면 한 것이고 그것에 대해 어느정도 자신을 북돋아 주어야 한다. 해빗트래킹은 결국 더 나은 나를 만들기 위해 하는 것이기 때문에 하루이틀 습관을 놓친다고 해서 자신을 비난하고 절망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1주일, 2주일, 한 달을 그리고 그 이상을 해냈을 때 꼭 자신을 마구 칭찬해주고 뿌듯함을 마음껏 느끼도록 하자!!
- 망친 하루가 이틀이 되지 않게 하자. 이는 내가 보지 '않은' 책 미라클모닝의 저자가 한 말로 기억하는데 내 뇌리에 아주 강하게 박혀있다. 누구나 하루는 망칠 수 있다. 이는 인간으로서 필연적인 것이며 아무리 안정적으로 습관을 유지하더라도 반드시 망친 하루는 반복적으로 찾아올 것이다. 그러나 하루를 망쳤다고 다 놓아버리기 보다는 다음날은, 안된다면 다다음날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회복탄력성과 유연한 근력이 필요한 것이다. 이는 쓸데없는 완벽주의에 대한 경계이기도 하다. 매일 완벽할 필요는 없다. 인생을 넓게 봤을때 대부분의 나날들을 더 나은 나를 위해 노력하며 살았다면 그것으로 된 것이다.
글이 쓸데없이 길어졌지만, 하루하루를 성실하고 알차게 살아가는 것에 대한 이동진 평론가의 매우 아름다운 글귀로 이 글을 두서없이 마무리하고 싶다.
"자연 과학에서 프랙탈이라는 게 있습니다.
프랙탈이 뭔가 하면, 나무의 작은 가지를 하나 꺾어 세워 보면 그게 큰 나무의 형태랑 같다는 거예요.
혹은 해안선에서 1센티쯤 되는 부분을 아주 크게 확대하면 전체 해안선의 크기와 비슷하다는 거예요.
다시 말해서, 부분이 전체의 형상을 반복한다는 말을 프랙탈이라고 해요.
저는 인생도 정말 프랙탈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서 지금 천사가 있고, 천사가 어떤 한 사람의 일생을 판가름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 사람의 일생을 처음부터 다 보면 좋겠지만, 천사는 바쁘니까 그렇게 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할게요.
그럼 어떻게 하느냐? 천사는 아무 단위나 고르는 겁니다.
예를 들어 그게 저라고 한다면, 저의 2008년 어느 날을 고르는 겁니다. 그리고 그 24시간을 천사가 스캐닝 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날 제가 누구한테 화를 낼 수도 있고, 그날따라 일을 잘 해서 상을 받았을 수도 있죠.
어찌 됐건 그 24시간을 천사가 본다면, 이걸로 그 사람의 일생을 판단할 확률이 95%는 될 것 같아요.
무슨 말인가 하면, 성실한 사람은 아무리 재수 없는 날도 성실합니다. 성실하지 않은 사람은 수능 전 날이라고 할지라도 성실하지 않습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얘기는, 이렇게 하루하루가 모여서 인생이 만들어지는 거지 인생에 거대한 목표가 있고 그것을 위해 매진해가는 것이 아니라는 거죠.
제 인생 블로그에 대문구가 있습니다.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인생 전체는 되는 대로" 이렇게 생각했던 이유는 인생 전체를 우리가 플래닝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럼 이렇게 변화도 많고, 우리를 좌절시키는 일 투성이인 인생에서 어떻게 해서 그나마 실패 확률을 줄일 것인가? 그것은 하루하루 성실하게 사는 것밖에 없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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