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인간의 자유의 발현을 시간과 원인의 의존 속에 있는 외부 세계와의 관련에서 고찰하고, 즉 자유를 이성의 법칙으로 규정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역사학은 자유가 이성의 법칙에 이해 규정되는 범위 내에서만 과학이다." 거대한 스케일의 역사 '드라마'라는 초기의 인상과 달리, 이 작품은 나에게 본질적으로 철학서로 다가온다. 너무도 당연한 듯이 자유롭다고 여겨지는 인간, 또는 개인들은 실제로 어느 정도로 자유롭고, 어느 정도로 필연과 시대의 흐름에 귀속되어 있는가? 우연 또는 필연이 영웅을 만들고, 인간은 어떤 초월적 힘 또는 흐름의 체스말에 불과하다면 한낱 개인의 위대함과 특별함을 논하는 것이 의미있는 일인가? 사실상 자신의 눈 앞에 펼쳐진 세상만을 전부로 인식하는 개인들의 고뇌, 몸부림, 투쟁과 의지는..
포크너의 작품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다. 그러나 이 책을 읽은 순간, 내 삶의 일부는 이런 글을 읽기 위해 여태껏 살아왔던 것이라는 무척 오바스럽고 고양된 감정을 느꼈다. 섬세한 메타포는 마음을 할퀴고, 건조하고 야만적인 스토리라인 아래에 서정적인 우울의 샘이 흘러넘친다. 사소한 욕망에 굴복하는 어리석고 난폭한 인간상에 분노하다가, 나약하게 으스러져 버리는 그들의 모습에 이내 연민을 느낀다. 어떤 테마나 교훈에 가두기에는 너무 아까운 책이다. 내 나름의 감상을 구구절절 덧붙이는 것도 일종의 반달리즘으로 느껴질 정도이다. 요즘의 나는 너무 쉽게 감동하는 것 같다. 그러나 그게 나쁜 일도 아닌 것 같다.
[잘 쓴 글]이라는 칭호보다 주관적이고 허망한 단어도 별로 없다. 무엇이 걸작이고, 무엇이 고전인가? 나의 걸작에 대한 기준은 서로 다른 재능을 맞닥뜨릴 때마다 줏대도 없이 바뀌어버린다. 어느 날은 괴테를 읽고 이보다 아름다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 어느 날은 밀란 쿤데라를 읽고 이런 것이 진정한 재치이자 사색이라 생각한다. 또 어떤 날은, 후안 룰포의 작품을 읽고 그 모든 잣대를 잃어버리고 만다.현학적인 잣대도, 은은히 깃들어 있는 허영심도 녹아 없어진다. 이제 내 앞에 놓인 것은 벌거벗은 인간, 피와 살의 냄새, 원초적이고 단순하지만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욕망들 뿐이다. 서사를 느낄 겨를도 없이 짧은 이야기들은 아쉬움을 남기고 끝나버린다. 아쉬움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대단한 재능인가. 그러나..
최근 '요절' '한 권의 책으로 소설사에 영원히 기억된'... 따위의 휘황찬란한 수식어들에 꽂혀서 관련 소설들을 읽고 있다.그 중에 하나가 알랭 푸르니에의 위대한 몬느인데, 꽤 몰입해서 읽었으나 번득이는 천재성보다는 전체적으로 무척 고전적인 느낌이었다. 원래 내가 환상과 현실 그 사이에 있는... 이딴 소재나 고전적인 문체 역시 좋아하기에 나에게는 좋은 책이었다.초반부는 좀 지루하다. 중반부는 흡입력이 있다. 후반부는 쓸쓸하다.내가 느낀 이 책의 진정한 묘미는 결국 위대한 몬느따위는 없다는 사실에서 오는 씁쓸한 뒷맛이었다. 모든 꿈과 모험과 희망과 사랑은 아이들 장난이었고, 몬느는 충동적이고 치기어린 서투른 멀대일 뿐이고, 이본느는 별로 인간으로 느껴지지도 않는 클리셰와 상징으로 떡칠한 종이 공주일 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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