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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eless

19032023의 나에게 중요한 글

토마스만 2023. 3. 20. 01:44

말하자면 나는 평생을 글쓰기를 좋아하고 두려워 해 왔다.

항상 뭔가를 끄적거리기를 좋아했고, 인상적인 광경과 감정을 기록하기를 좋아했으며 내 삶 주변에 그려놓은 작은 원 안에서 이를 은근히 전시하기를 좋아했다. 그렇게 선택적인 전시를 해 왔기에 어느정도 바라는 반응을 항상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사실은 항상 알고 있었다. 내가 하는 것은 시늉에 불과하며 당장의 작은 감탄은 이끌어낼 지 몰라도 나를 제외한 누구의 마음에도 작은 반향과 감정의 울림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그래서 두려웠다.

누가 물으면 겸손한 척 나는 글쓰기에는 재능이 없는 사람이며, 제대로 글을 써 볼 생각은 없다고 항상 얘기하곤 했다. 그래서 내 작은 글들은 대학교 시절 잘 쓴 글로 뽑히거나 직장인이 된 후에는 퍼석한 삶에 재치있고 시적인 말을 몇 마디 얹는 것으로 소소한 반응들을 얻어내곤 했으며 내 알량한 자아는 이에 만족했다. 그다지 노력하지 않고도 소소한 칭찬들을 얻는 삶에.

그러나 제대로 글을 쓰는 것이란 무엇일까, 누군가에게 평가를 받고 등단을 하고 반응을 얻고 책을 내야지 제대로 글을 쓰는 것일까? 생각해보면 그런 생각 자체가 오만이나 허영이 아닐까 싶었다. 글을 꾸준히 열심히 써 본 적도 없으면서 내 글이 보잘것없는 것이 아닐까 두려워 하는 것. 생각해보면 내 글은 아직은 보잘 것 없는 것이 맞다. 

예정에 없던 긴긴 산책을 하며 깨달았다. 헐벗은 나무를 보며 일렁이는 마음에 생각했다. 나는 평생을 글쓰기를 좋아하고 두려워 해 왔다. 그러나 갑자기 두렵지 않아졌다. 

그래서 이제는 보잘 것 없는 글들을 열심히 써 보려 한다. 쓸모없이 흘러가는 하루의 30분을 그러모아서, 흘러가는 단상들을 그러모아서 그렇게 나 자신에게는 우습게도 시간의 희생과 헌신이라고까지 부를 수 있는 일을 해 보려고 한다.

나는 내 작은 글들을 미래에 다시 봤을 때 그것들이 유치하고 한심해 보이리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내가 더 젊던 날에 써내려갔던 글들은 내가 썼다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핑계도 좋게 노트북의 배터리가 떨어져 가고 나는 충전기를 찾을 수 없지만 들뜬 기분으로 이 글을 남기고 싶다.

나는 평생을 글쓰기를 좋아해 왔으며 이제는 두렵지 않기 때문에 열심히 글을 써 보기로 결심했다. 일단은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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