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eless

20210815

토마스만 2021. 8. 15. 17:36

한 주 내내 비가 지겹게도 왔다.

잠시 비가 그쳤다고 생각하고 집을 나섰는데, 아직도 비는 오고 있었다.

잡히는 대로 우산을 하나 쥐고 무작정 걸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우산의 색, 자판기 음료의 이름들을 하나 하나 읽었다.

이상하게도 우산들은 다 달라보였지만 사람들은 다 비슷해 보였다.

 

갑자기 따뜻한 편의점 커피가 마시고 싶어 길을 따라 내려갔다.

비는 꽤나 조용히 내렸고 날씨는 차가운 듯 포근했다.

큰 사이즈의 커피를 생각하고 주문을 했는데 작은 사이즈의 커피를 받았다.

생각했던 크기가 아닌데,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또 별 상관은 없다고 생각했다.

 

따뜻한 커피를 손에 쥐고 집까지 길을 따라 올라왔다.

작은 등불을 손에 쥔 느낌이었다.

일상을 파고드는 인간의 욕망과 강박에 대해 생각했다. 원하는 것을 얻는다는 것은 어떠한 충족감과 의미를 가져다 주는지. 혹시 이 모든 게 별 의미 없는 일은 아닐지.

쓸쓸하기보다는 담담한 기분이었다.

 

문 앞에 도착하니 우산이 하나 더 걸려있었다.

희미한 온기가 조금씩 퍼지는 것을 느끼며 문을 연다.

그리고 창문을 열어 놓고 조용한 빗소리와 함께 이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